1. 번뇌가 일어나는 방식

매사에 밝고 친절해야 한다는 집착을 갖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거나 대화를 나눌 때 가능한 밝게 웃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중에는 내가 경청하고 있음을, 공감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어필하려고 했습니다. 큰 손해를 보면서까지 친절을 베풀지는 않지만 감당할 만한 일이면 양보를 하거나 불편을 감수하기도 했습니다. 애착하는 인간관계에는 지나치게 긴장도 했습니다. 헤어지고 돌아오면 에너지를 다 쏟아부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친절과 호의로 대했는데 뜻하지 않는 오해를 받거나, 원하는 반응을 얻지 못하면 속상하고 화가 났습니다. 동시에 상대로부터 칭찬과 공감을 얻을 때면 그것에 달라붙어서 다정하고 친밀한 상태를 감각적으로 즐기곤 했습니다. 

2. 탐욕과 성냄, 그리고 어리석음

친절과 호의에 집착하는 마음에는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탐욕, 상대로부터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탐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좌절하는 성냄이 일어났고, 친밀한 관계가 소원해졌을 때는 외로움이라는 성냄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탐욕과 성냄에는 '나'라는 것이 있어서 좋은 이미지를 통해 나를 내세우고 싶어하는 무아를 모르는 어리석음이 있었습니다. 동시에 내 뜻대로 타인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무아를 모르는 어리석음도 있었습니다.

타인과 나를 구분하면서 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이해를 얻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행복이라는 사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조건지어져 일어나고 사라지고 무상하고 괴로움입니다. 내 것도 없고, 내 뜻대로 되지도 않습니다. 타인은 더욱 내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이를 모르고 집착하는 무명과 사견이 반복되는 괴로움을 낳았습니다.

3. 번뇌를 버리기 위한 노력

부처님께서는 '나, 내 것, 나의 자아'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선원장 스님께서도 무아를 통찰하면 괴로움이 버려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후 일상 속에서 나를 내세우는 견해와 행동이 나올 때마다 이를 알아차리고 무엇을 나라고 착각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불선법과 괴로움을 겪는지 관찰했습니다. 

담마다사를 통해 월안스님께서는 비슷한 상황에서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태도)을 취해보기를 조언해주셨습니다. 다소 극단적인 방법처럼 들리지만 스님께서 왜 그런 조언을 해주셨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한 차례 반조를 통해 견해가 바뀌어도 실제 번뇌를 버려가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합리화하고 회피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얼마간 충격을 통해 습성이 된 틀을 깨보는 훈련을 하지 않는 한 철옹성 같은 번뇌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스님의 조언에 따라 할 수 있는 상황에서부터 평소와는 다른 태도를 취해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더불어 바른 삼매를 통해 '자애를 통한 친절'과 '이기를 통한 친절'을 구분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상대를 위하는 말과 행동이라도 그 안의 의도를 살펴 자만의 마음이 있다면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겠습니다.

4. 불선법을 선법으로 돌렸을 때의 이익

당장 모든 자만을 내려놓을 수는 없지만 이러한 반조와 수행에는 이익이 있었습니다. 먼저 구체적인 상황에서 비슷한 번뇌를 겪을 때 무엇을 버려나가야 하는지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무수한 조건의 결과로서 현상을 봄으로써 인간관계에서 오해를 받거나 갈등을 겪어도 덜 자책하게 되었습니다. 사견과 탐욕을 내려놓으니 과거보다 인간관계가 편안해지고 도리어 신뢰를 얻는 일도 생겼습니다. 타인과 대상에 의지하지 않고 홀로 있음의 이익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선법들을 통해 바르게 정진하면 이러한 고질적인 번뇌와 괴로움도 버려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5. 관련 경전 - 「뱀의 비유 경」(M22) 26~29

26. 

“비구들이여，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질은 항상한가? 무상한가?" 

“무상합니다， 세존이시여" 

“무상한 것은 괴로움인가, 즐거움인가?" 

“괴로움입니다， 세존이시여" 

“무상하고 괴로움이고 변하기 마련인 것을 두고 ‘이것은 내 것이다.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나의 것이다.’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들이여， 이를 어떻게 생각히는가? 느낌은 ... 인식은 ... 심리 현상들은 ... 알음알이는 항상한가 무상한가?" 

“무상합니다， 세존이시여" 

“무상한 것은 괴로움인가 즐거움인가?" 

“괴로움입니다， 세존이시여" 

“무상하고 괴로움이고 변하기 마련인 것을 두고 ‘이것은 내 것이다.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나의 지아다.’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27.

“비구들이여， 그러므로 물질이라고 한 것은 그 어떤 것이든， 그것이 과거의 것이든 미래의 것이든 현재의 것이든， 안의 것이든 밖의 것이든， 거칠든 섬세하든， 저열하든 수승하든， 멀리 있건 가까이 있건，그 모든 물질에 대해 ‘이것은 내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내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라고 이와 같이 이것을 있는 그대로 바른 통찰지로써 보아야 한다. 느낌이라고 하는 것은 그 어떤 것이든・・・인식이라고 하는 것은 그 어떤 것이든・・・ 심리현상들이라고 하는 것은 그 어떤 것이든・・・ 알음알이라고 하는 것은 그 어떤 것이든・・・ 그것이 과거의 것이든 미래의 것이든 현재의 것이든， 안의 것이든 밖의 것이든， 거칠든 섬세하든， 저열하든 수승하든， 멀리 있건 가까이 있건， 그 모든 알음알이에 대해 ‘이것은 내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내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라고 이와 같이 이것을 있는 그대로 바른 통찰지로써 보아야한다" 

28.

“비구들이여，이와　같이 보면서 잘 배운 성스러운 제자는 물질에도 염오하고, 느낌에도 염오하고, 인식에도 염오하고, 심리현상에도 염오하고, 알음알이에도 염오한다" 

29.

“염오하면서 탐욕이 빛바랜다. 탐욕이 빛바래므로 해탈한다. 해탈할 때 해탈했다는 지혜가 생긴다. ‘태어남은 다했다. 청정범행은 성취되었다. 할 일을 다 해 마쳤다. 다시는 어떤 존재로도 돌아 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꿰뚫어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