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RN ART

&

VEDANA…

  내가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였다. 시작은 미술 시간에 본 현대미술 다큐멘터리였는데, 앤디워홀이나 데미안 허스트 같은 작가들의 작품과 작가의 인터뷰 속에서 그들이 창작하는 세상이 너무나도 거침없고 자신만만하게 보여서 존재에 대한 안도감을 느낀 것이 그 이유였다. 누군가는 작품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바라보지만 그런 것엔 아랑곳하지 않고 작품을 찍어내는 아티스트의 확신에 찬 눈빛이라든지, 세상에 던지는 비판적 재치가 쿨해 보였던 나는 졸업을 하고 나서도 시간이 나면 가끔 미술관으로 향하곤 했다. 그곳에서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식체계는 사실정보가 아닌 직감적인 느낌이었다. 내가 아는 익숙한 사물의 형태도 전시실에 들어서면 관습적 의미를 해체해서 바라보려고 했고 그것이 사실이건 아니건 의미를 해체하고 느낌으로 재해석하는 행위 속에서 내가 실존한다고 생각했었다. 출가를 하고 나서 느낌만을 사용해서 내리는 판단이 인식의 왜곡이라는 것을 알았을 무렵, 그제야 이때까지 한쪽 다리로 깨금발을 뛰어왔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느낌에 대한 집착

글 | 월정

어릴적부터 강박증이 있었다. 불안함을 느끼거나 행복감이 사라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 때마다 행복을 붙잡기 위해 애를 썼다. 싫은 느낌은 지나치게 압도적이고 두려웠으므로 아무런 인과관계도 없는 강박적 행동을 끊지 못했다. 반대로 좋은 느낌이 있으면 약간의 손해나 부조리함을 감수하더라도 일을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좋은 느낌이 주는 행복감의 이면에 숨은 해로움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단지 행복한 느낌을 따라가다 보면 대체로 일을 그르쳐버리곤 했다.

이후에 수행을 시작하고 나서야 강박적인 행동과 불행은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아가 불안함은 싫은 느낌일 뿐이지 실제 불행한 사실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느낌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게 된 이유

집착이나 성냄으로 살아가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힘든 것은 단순히 정신력이 약하고 마음이 여리기 때문에 좀 더 고집 피우고 내 방식대로 밀어붙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정체성을 형성시키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견해들을 찾아다녔는데 그 일환이 미술관에 가는 것이었다. 미술관에 가서 재료의 질감이나 붓을 그은 속도감, 오브제의 구성 속에서 그 순간 그 사람이 느꼈을 감정과 느낌에 대해서 생각해보곤 했다. 그런 사소한 흔적이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해도 작가가 자기 삶을 헤쳐 나가는 방향이 그 속에 녹아있으리라 생각했고, 압도적인 규모의 작품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느낄 때면 작가는 자기 삶의 견해에 대해 확신하고 있을것 이라는 생각에 그들을 동경하기도, 안도감을 얻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삶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느끼는 느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직감적으로 좋고 싫은 것들을 나누고 강화해서 나중에는 사실이 아닌 것까지 사실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였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내가 일 하는 것에 있어 조금이라도 타인의 비난을 받게 될 때 싫은 느낌을 지나치게 크게 확장해서 과하게 위축된다든지, 중립적인 입장에서 어떤 정보를 듣고 정확히 전달해야 할 때 좋은 느낌일 때는 사실 정보를 넘어 그것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덧붙여 이 일이 진행되도록 유도했고 싫을 때는 중요 내용 자체가 일부 생략되거나 중립성을 잃고 부정적으로 이야기해서 내용이 왜곡되는 경우가 있었다.

일종의 정신적 편식으로 인해 인식의 불균형이 심해져 버렸는데 좋은 느낌에 대한 집착은 더 심해지고 싫은 느낌에 대한 혐오는 더욱 강화되어서 어떤 일에 마주했을 때 내가 하기 싫거나 곤란한 느낌을 받으면 무조건 피하는 방향으로 행동했고 피할 수 없는 상황이면 싫은 것들에 대한 혐오를 과장해서 공황증세를 일으키면서 스스로를 셧다운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수행을 시작한 후에도 기존 견해에 대한 부분은 이미 많이 굳어져 자연스럽게 살아가다 보니 어떤 것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기는 어려웠다. 막연히 시간을 잘 지켜서 수행하고 표면적인 욕심이나 화를 버리는 정도에서 그쳤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맡은 일 처리하는 방식은 여전히 느낌과 감정에 치우쳐 있었고 싫은 것들을 대할 때는 혐오감이 지나치게 강했다. 수행해도 불안한 마음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바뀐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한번 이 문제에 대해서 파고들기 시작했었다.

어떤 어리석음이 있었는가

좋은 느낌을 즐기고 유지하고 싶은 집착과 싫은 것들에 대한 지나친 혐오 그리고 그것들이 조건 지어져 있기 때문에 항상 하지 않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래서 느낌에 대한 집착을 조건으로 생겨난 것들을 실체화했었다. 느낌은 조건에 따라 잠시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이고 실체가 없는 것인데 ‘나’를 중심을 두고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수용하기 보다는 항상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되기를 바랐고 더 깊이 들어가서는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나'의 상태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어리석음은 뿌리 깊고 이러한 사견은 오랫동안 행위의 동기로 사용해 온 터라 느낌에 대한 집착은 쉽게 버려지지 않을 것 이라는 것을 안다. 인과성 없는 강박증이 여전히 불쑥 튀어나오거나 알 수 없는 두렵고 싫은 느낌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괜찮다고 스스로 자애를 보낸다. 그리고 느낌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어 있다고 알아차리고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느낌에 대한 생각 멈추기

; 포말경_S22 : 95

비구들이여, 예를 들면 가을에 굵은 빗방울의 비가 떨어질 때 물에 거품이 생겼다가는 사라지는데 눈을 가진 사람이 이것을 쳐다보고 면밀히 살펴보고 근원적으로 조사한다 하자. 그가 그 거품을 쳐다보고 면밀히 살펴보고 근원적으로 조사해보면 그것은 텅 빈 것으로 드러나고 공허한 것으로 드러나고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비구들이여, 거품에 무슨 실체가 있겠는가. 비구들이여, 그와 같이 그것이 어떠한 느낌이건 그것이 과거의 것이건 미래의 것이건 현재의 것이건 안의 것이건 밖의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저열하건 수승하건 멀리 있건 가까이 있건 비구는 그것을 쳐다보고 면밀히 살펴보고 근원적으로 조사한다. 그가 그 느낌을 쳐다보고 면밀히 살펴보고 근원적으로 조사해보면 그것은 텅 빈 것으로 드러나고 공허한 것으로 드러나고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 비구들이여, 느낌에 무슨 실체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