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박물관 회동
|반가운 얼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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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군대에서 만난 선임과 연락이 닿아 용산의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출가하고 나서 처음 보는 일이라 서로 마주한 분위기가 어떨지 몰라 긴장했지만 걱정한 것과 다르게 아주 반가웠습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과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요즘 고민하는 것에 대해서도 듣게 되었습니다. 감정이 치밀어 오를 때 화내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라든지, 결혼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대화하면서 절에 지내면서 보고 듣고 배운 것을 토대로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대화 할 때 마음이 아주 편했습니다. 말이 매끄럽게 나온 것도, 불교적 배경이 없어도 균형 있게 사고하는 상대를 만난 것도 그 원인 중 일부겠지만 그것보다는 처음 출가했을 때의 불안정함이 조금 가라앉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처음 출가하고서 정리되지 않은 수행의 방향성에 대해서 남에게 그 당위성을 설명하던 날이 있었습니다. 내가 한 말에 내가 넘어졌으면서도 넘어진 것을 인정하면 주관적인 '나'라는 사람이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에 끝까지 우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논리가 무너지더라도 인정하고 과정으로 받아들일 자신이 생겼기 때문에 이전 보다 여유가 생겼고 대화 중에 상대의 이야기를 편안히 들어주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