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내려놓음으로써 오는 행복

글｜avijja

호흡 수행 중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생각들

호흡에 집중하려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우후죽순 일어났습니다. '내가 굳이 그 사람한테 사과해야 하나?', '이번 주 내에 계획한 만큼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도 주식을 공부해야 할까?', '내일 아침에 뭐 먹지?', '그 유튜버 정말 재밌던데-' 등등 호흡에만 집중하겠다고 의지를 내면서 가부좌를 틀었던 게 무색해질 정도로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쏟아지는 생각을 그치지 못하곤 했습니다.

'생각만 보는 게 아니라

생각 뒤에 숨어있는 욕망이나 성냄, 해태혼침, 들뜸, 후회, 의심 같은 것들을

알아차리고 그걸 내려놓는 연습을 하세요.‘

호흡 수행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에 휩쓸린다던 한 거사님의 질문에 선원장 스님께서 돌려주셨던 답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듣고 보니 당연한 말인데 왜 이걸 놓치고 최근 들어 계속 생각을 즐기기만 하면서 앉아 있었던 걸까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가르침을 바로 적용해 보기 위해 선원장 스님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다시 호흡 수행을 시작해봤습니다. 

역시나 이런저런 생각들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생각에 오래 휩쓸리지 않고 선원장 스님의 가르침 대로 호흡에 집중하는 걸 어렵게 만드는 생각들의 본질이 탐욕임을 기억하면서 일어나는 생각들을 알아차리고, 알아차린 생각들의 근원적인 조건이 되는 탐욕과 어리석음을 조사해봤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일어나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내가 현실에 대한 탐욕이 좌절되면서 일어난 불만족으로부터 일어난 생각들이었음을, 호흡 수행을 하는 이 순간조차도 다른 것을 하고 싶은 욕망에 생각을 즐기고 있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욕망을 내려놓음으로써 일어나는 희열과 행복

호흡 수행 중에 일어나는 생각들이 욕망임을 인지하자 이것이 해로운 법임을 이어서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해로운 법이라고 인지하자 더 이상 생각에 휩쓸리지 않게 됐고, 더 깊이 호흡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욕망을 내려놓으면서 호흡에 집중하는 힘이 강해지자 온몸에서 희열이 일어나기 시작하며 마음이 평온해지기 시작했고, 희열과 평온이 이어지면서 몸과 마음이 계속해서 이완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욕망을 내려놓음으로써 일어나는 행복은 가르침대로 정말 감각적 욕망을 충족하며 얻었던 행복과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행복이었습니다.

호흡 수행이 끝난 후 반조하기 1_번뇌의 구조화

호흡 수행을 마치고 일어나기 전에 수행 동안 일어난 생각들이 탐욕을 조건으로 일어났으며, 그 탐욕은 생각을 즐기는 등의 감각적 욕망이 행복이고 즐길만한 것이라고 여긴 어리석음과 생각과 생각하는 주체가 곧 '나'라고 여기는 무아를 모르는 어리석음을 조건으로 일어났음을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라고 할만한 것은 없음을, 단지 어리석은 마음 기울임과 지혜로운 마음 기울임이 있었을 뿐임을 알게 됐습니다.

호흡 수행이 끝난 후 반조하기 2_오온의 관찰

이렇게 일어나고 사라지는 마음이 수.상.행.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은 몸을 의지해서 형성된 것, 즉 접촉을 조건으로 형성된 것임을 관찰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렇게 형성된 마음 그 자체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닌 무상한 것이며 '나', '나의 것'이라 집착할만한 것이 아님을 이해했습니다. 이어서 마음이 의지한 이 몸 또한 이전 생의 무명과 갈애를 조건으로 형성되어 현생에서는 음식과 온도 등의 조건을 통해 유지되고 변화하고 있는 형성된 것임을 관찰하고 이 몸 또한 '나', '나의 것'이라 할만한 것이 아님을 이해했습니다.

마무리하며

그동안 해오던 호흡 수행은 어딘가 계속 불편했습니다. 희열과 평온, 끓어 넘칠 듯한 올라오는 행복 등 여러 좋은 경계를 경험하더라도 어떤 조건으로 이렇게 좋은 경계를 경험할 수 있었는지 분명하게 알아지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경계를 경험한다고 해서 제가 좀 더 지혜로워지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이런 경계를 경험한 '나'라는 자만만 강해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호흡 수행에 큰 재미를 들이지 못했던 것도 어쩌면 무엇을 경험하더라도 실제 제 삶에서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 채 모호한 의문을 가지고 오던 중 이번 계기로 호흡 수행 중에 일어나는 장애를 지혜로써 내려놓으며 일어나는 희열과 행복을 경험하면서 그제야 기존의 호흡 수행 방법이 잘못됐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후로는 호흡 수행에 재미가 들려 시간적인 여유가 될 때면 조금씩이라도 앉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바른 삼매의 힘으로 계발된 지혜가 일상생활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음을 경험하면서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믿음인 신심과 스승이신 선원장 스님의 가르침에 대한 존경이 확고해지며 수행에 열의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장애를 디딤돌로 삼아 성장할 수 있다던 선원장 스님의 말씀은 어쩌면 이런 걸 두고 하신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일들을 많은 인연의 도움과 부처님의 가르침 그리고 선원장 스님의 가르침 덕택으로 해내 보곤 합니다. 이 마음 유지하여 앞으로 수행에 더딜 순 있으나 절대 멈추지는 않기를 발원하며 감사 인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