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수행

글｜정선

타인에 대한 의존

수행자의 인간관계는 어떤 모습일까? 스승과 제자, 도반 그리고 자기 자신 정도로 단순하다. 그 중에서도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 자칫 소흘해지기 쉬운 것 같다. 아마  마음이 밖으로 향하는 오랜 습관 때문인 것 같다.  

예전에 써 두었던 수행일기를 읽어보면 반복되는 번뇌들 저변에는 의존에 대한 욕망이 흐르고 있는 듯했다. 건강과 환경, 인간 관계등 변화가 많았던 시기에 세상과 타인에게 의지하고 싶은 욕망컸다. 하지만 세상과 타인은 조건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고 통제할 수 없는 것이어서 무언가를 바라고 의존하려고 하는 마음은 원하는 대로 되어주지 않고 결국 괴로움을 일으키곤 했다.

자신과의 관계 변화 

자기 스스로를 대할 때 미숙하고 실수가 많은 부분을 자각하고 하나 씩 바꾸어 나가면서 자신에게 신뢰가 생기고 편안함도 생겼다. 처음에는 자신을 향한 불만족을 자각하고 자애심을 기르는 것에서 시작했다. 몸이 아프거나 무거운 마음이 느껴지면 원하지 않는 모습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집착없이 함께 머무는 연습을 했다. 싫어해서 밀어 내지 않으면 대상은 힘이 약해졌다. 사라지지 않아도 무아를 통찰하는 기회로 삼았다. 아무것도 안 되고 괴롭기만 할 때도 있었지만 이것도 변할 것이고 나중에 이런 괴로움을 바탕으로 지혜가 생길 것이라는 믿으니 깊게 빠져들지 않았다. 

비난하지 않는다

스스로 맘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는 날은 자기를 비난하지 않도록 주의했다. 비난할 때는 불만족스러운 자신의 모습이 없기를 바라는 형태의 자아의식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부족한 내가 있다는 그릇된 견해를 강화시키는 어리석은 일이라는 걸 이해하고 점점 줄어들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칠 때는 스스로를 격려했다. 몸을 편안하게 쉬면서 격려하는 말들을 해 주면 좋은 친구와 함께 있는 것 같았다 . 

자기의 가치를 숙고하기 

때때로 자기의 가치를 숙고해 보았다. 수행을 해 내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일은 낯설지만 계발해야 할 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선택과 결정을 할 때 스스로 하도록 했다. 전에는 옳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애를 쓰는 바람에 결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지만 미래의 조건들을 전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 완전하게 옳은 선택은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서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하고 자기 선택에 책임지는 쪽으로 힘을 쓰게 되었다.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행동은 스스로를 신뢰하는데 도움을 주고 걱정거리를 붙들고 시간을 보내지 않아서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스스로 수행을 끌고 갈 수 있는 힘

살다보면 수행을 할 수 없다고 느끼며 좌절하게 만드는 변화들이 생긴다. 늙어가고 병이 생기고 바빠지고 마음이 나빠질 수 있다. 하지만 변하는 조건을 다양한 수행 방법을 탐구하는 기회로 여기고 힘이 나지 않더라도 아주 작은 의도를 내어 실천해 보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해도 지혜의 씨앗이 되어주는 것 같았다. 이렇게 유익한 법을 일으키면 자부심도 생기고 변화를 극복하면서 수행을 끌고 나가는 힘도 생기는 것 같다. 작은 실천이라해도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수행을 좋아하게 되었다.  

수행자가 추구해야 할 인간관계

수행을 하다보면 타인과의 인간관계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 바른 견해가 자라면서 과거에 비록 불편했던 사람일지라도 그의 말, 태도, 행동이 지극히 평범하고 적절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조건에 따라 형성된 것이라는 바른 견해로 인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데 몰두하지 않고 그런 것들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과 긴 시간을 함께 지낼 수 있다. 딱히 할 말이 없어도 괜찮다. 가벼운 인사와 상황에 따라 이어지는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 긴장하지 않고 그냥 평범한 시간이 된다. 잘하려고 과도하게 애쓰지 않고 뭔가 얻으려고 기웃거리지 않고 싫어서 벽을 쌓지도 않는다. 어떤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일상이 되어 사라진다. 

이런 경험들 속에서 애착과 미움이라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세속적 인간관계에서 서서히 벗어나 탐욕 없음과 성냄 없음을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가 수행자가 추구해야 할 바른 인간관계라는 것을 어렴풋이 배워나간다. 

자기를 의지하고 법을 의지하는 수행

부처님께서는 스스로를 의지하고 법을 의지하는 것이 곧 사념처 수행이라고 말씀하신다. 법담할 때 한 도반스님이 일상의 자기 문제 속에서 사념처를 관찰하는 수행을 해 보라고 조언해 주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반조하는 시간에 사념처에 대해서 반조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무아를 통찰하는 수행의 목적을 잊지 않고 수많은 장애요소와 생각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 주는 등불처럼 여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