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념처 수행을 하는 이유 

글｜정선

왜 같은 번뇌가 반복되는가

수행을 하다보면 성냄과 욕망이 줄어들고 약화되지만 비슷한 번뇌가 여전히 다시 일어날 때가 있다. 같은 번뇌가 반복되면 성냄과 욕망 뒤에 해태와 혼침이 뒤따라 일어나서 번뇌를 벗어나려는 노력이 사라지고 정신적으로 게을러지고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이럴 때는 해태와 혼침으로 분명히 알아차리고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다시 지혜로 마음을 기울인다.   

그런데 왜 같은 번뇌가 여전히 반복되는가? 거기에는 분명히 집착이 있을 것이다. 집착의 대상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집착의 대상이 밖에 있다고 여겼는데 아니었다. 다시 일어나는 원인을 풀지 못해서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단지 괴로움이 생겨나고 단지 괴로움이 머물고 없어질 뿐?

‘단지 괴로움이 생겨나고 단지 괴로움이 머물고 없어질 뿐이니...’ 

평소에 좋아해서 책상 앞에 붙여놓은 와지라 경에서 이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것을 설명하라고 하면 할 수 있겠지만 가슴으로는 단지 괴로움으로 봐지지 않고 와 닿지 않았다.  

어느 날 너무 피곤해서 누워있다가 자애로 마음을 기울이려고 하는데 전날 들은 법문이 기억나면서 몸을 ‘물질과 물질을 의지하여 식이 일어나는 생명체’로 인식하게 되었다. 잠깐이나마 몸을 나라고 하는 인식에서 생명체라는 물질과 정신으로 보는 인식으로 바뀌니까 와지라경의 그 부분이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아... 와지라 경에서 왜 단지 괴로움이 일어나고 머물고 사라질 뿐이라고 했는지 알겠다. ‘나’라는 인식을 떼고 보면 괴로움으로 볼 수 있구나! 나라고 했던 이것은 단지 생명체이고 이런 생명체는 힘든 생존을 이어가야 하고 죽음을 앞둔 위태롭고 가여운 것이구나. ‘나’라는 견해가 있느냐, 무아의 견해가 있느냐에 따라 같은 현상을 두고 정반대의 관찰을 하는구나.’ 육체적인 괴로운 느낌이 심리적 불안으로 번져가는 대신 안정과 평온이 일어나면서 신심이 일어났다.  

괴로움이 일어나고 사라질 뿐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 이유

반복되는 괴로움의 근원은 ‘나’라는 것에 대한 취착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밖의 대상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더 근원적으로 취착하고 있는 대상은 ‘나’라는 것이라고 이해되었다. '나'라는 것에 대해 탐구가 시작되지 않으면 번뇌를 버리려는 노력을 해도 어느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더 나아가지 못하고 제 자리에서 맴도는 수행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것을 자각하지 못해서 괴로움이 반복되었고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았던 것이다.

토요일 경전 독송시간에 ‘깟짜나곳따 경’을 읽다가 ‘단지 괴로움이 일어나고 사라질 뿐이다.’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바로  바른 견해가 없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깟짜야나여, 이 세상은 대부분 집착과 취착과 고집에 의해 속박되어 있다. 그러나 바른 견해를 가진 성스러운 제자는 집착과 취착, 관점, 고집, 잠재성향을 통해서 집착하지 않고 취착하지 않는다. 그는 ‘나의 자아’라는 입장을 가지지 않는다. 그는 단지 ‘괴로움이 일어날 뿐이고, 단지 괴로움이 소멸할 뿐이다.’라는 것에 대하여 당혹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는다. 이것에 대한 그의 지혜는 다른 사람을 의지하지 않는다. 깟짜야나여, 이렇게 해서 바른 견해가 생기게 된다.”

나라는 것에 대해 사실은 거의 알지 못한다

그런데 나에 대해서 주장하고 보호하고 드러내려하고 물러서지 않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애착하는 나라는 것에 대해 사실은 거의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뭔지도 알지 못하는 것을 애착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자아에 대한 바른 견해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먼저 애착의 대상인 나에 대해서 알아야할 것 같다. 나라고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막연히 내가 있다고 하는데 무엇을 나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사념처 수행을 하는 이유

평소에 기본처럼 자리 잡고있던 나라고 느껴지는 정신적인 무언가가 '나라는 인식'이었다는 것을 관찰했던 경험이 있다. ‘나라는 인식이 있을 뿐 실제 자아가 있는 게 아니구나. 정말로 인식은 희미하게 흔들리는 아지랑이와 같이 확실하지도 않으면서 무언가 자아가 있는 것처럼 꿈을 꾸게 하는구나.’ 이때는 이해했다는 기쁨이 일어났는데 며칠이 지나자 잊혀져버렸다. 바른 기억을 확립해 나가는 사념처 수행이 필요하다.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신 의도를 생각해 보라하신 법문이 기억나서 사념처를 설하신 의도를 생각해본다. 사념처 수행을 하다보면 나라는 것의 실상이 오온임을 알게 되고 오온이 무아임을 이해하게 되면 비로소 오온을 괴로움이라고 볼 수 있게 되고 오온을 괴로움이라고 보기 때문에 오온에 대한 갈애를 버리는 방향으로 수행을 해서 괴로움을 소멸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의도하신 것이라고 생각된다. 

스스로를 의지하는 사념처 수행

이런 의문이 있었다. 왜 법문을 들을 때는 안 것 같지만 같은 내용을 조금만 다르게 설명해도 전혀 다른 이야기로 들리고 안다고 생각한 것도 시간이 흐르면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마 법사 스님께서는 오랜 시간동안 끊임없는 노력과 수행을 통해서 스스로 명확하게 통찰하신 것을 알려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같은 내용을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하실 수 있으신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또한 사념처 수행을 적극적인 방식으로 해보고 싶다. 스스로 사념처에 대해 탐구하고 실험하면서.  

부처님께서 열반 유훈으로 남기신 '자등명 법등명'의 내용이 사념처 수행이었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와닿는 순간이다. 

 "아난다여, 그러면 어떻게 비구는 자신을 섬으로 삼고 자신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고 남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지 않는가? 어떻게 비구는 법을 섬으로 삼고 법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고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지 않는가?"  

"비구들이여, 여기 비구는 몸에서 몸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망과 성냄을 버리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바르게 알고 바르게 기억하며 머문다. 느낌에서 느낌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망과 성냄을 버리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바르게 알고 바르게 기억하며 머문다. 마음에서 마음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망과 성냄을 버리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바르게 알고 바르게 기억하며 머문다. 법에서 법을 관찰하며 머문다. 세상에 대한 욕망과 성냄을 버리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바르게 알고 바르게 기억하며 머문다."

(* 사념처에 대한 부분은 제따와나 법요집을 참조하였습니다. )

💌 수행을 즐거운 습관으로 만들어 갑니다.

>수행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고 있었나요?

수행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왕초보인 저는 수행을 강박적으로 했었습니다. 매일 매일 그 시간을 늘려가겠다는 결심을 했었고 매일 3-4시간씩 수행을 하기에 이르렀지만 수행의 기쁨은 없었고 수행의 이익과 결실을 얻으려는 탐욕만이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몸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얼굴이 경련이 일어나더니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때 생각을 바꾸어 수행의 방법을 바꾸기로 하였습니다. 걷기수행을 주로 하기로 하였고 호흡수행의 시간도 줄였습니다. 걷기수행은 5분, 10분, 20분 정도 짧게 자주하는 방법을 선택했고 호흡수행은 자기전 10분 내외로 짧게 하였습니다. 하루중 시간은 1시간정도로 줄었지만 자주 하게 되니 바른 견해에 대한 기억을 자주 떠올릴 수 있었고 짧게 하다보니 좀 더 수행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정진'이 무조건 열심히 많이 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으며 수행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몸에 익혀가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수행을 '즐거운 습관'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의 좋은습관

일상의 좋은 습관? 이런것도 포함 되는지 모르겠으나 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2013년에 암투병을 하신던 아버지의 죽음을 본 경험이 있습니다. 맏아들인 저는 영안실에서 아버지의 주검을 만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딱딱하고 차가우며 온 몸이 파란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잘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투병하시는 동안 니까야를 꾸준히 읽고 있었던 저는, 아버지의 죽음을 보면서 '이것이 죽음이구나'라고 생각했었고 '나는 죽을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나?'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 뒤 가끔씩 자기전 죽은 아버지와 같은 자세로 반듯하게 누워 '이 몸도 아버지와 같이 된다. 나는 삼보에 대한 신심을 가지고 죽음을 맞이하여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삼귀의를 하고 잠에 든 기억이 있습니다. 걷기수행과 호흡수행을 시작한 뒤부터는 삼귀의, 삼보예경, 자애경을 암송하면서 매일하고 있습니다. 하루 한번 죽음을 맞이하는, 저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암송하는 동안 다른 생각이 날 때도 많고 의무적으로 할때도 있지만 신심이 크게 일어날때도 종종 있는것 같습니다.

💌  수행 시간을 좀 더 규칙적으로 정해보고자 합니다.

>수행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고 있었나요?

수행시간이 일정하지않았습니다 복잡한 마음을가질때만 다잡기 위함이었던것같습니다 일정한시간을잡아 수행을 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