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해야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아는 지혜

글｜월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몸에 대한 화 

최근 2년간 저를 괴롭히던 강하고 고질적인 번뇌는 몸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화와 몸이 다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강한 욕망과 함께한 후회였습니다.

‘후회한다고 몸이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화내고 후회한다고 이전과 같은 몸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어리석게 집착하고 있구나.’하며 반조를 하는데도 화와 후회는 좀처럼 버려지지 않았습니다. 전과 같지 않은 몸에서 오는 화를 대처하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제가 알고 배운 불교적 지혜를 동원해서 어떻게든 이 괴로움을 해결하려 했었습니다. 

화의 동력인 욕망 관찰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제가 단순히 제 몸에 대해서 ‘몸이 다치기 전에 상태로 돌아오기를’,  ‘다시 시간을 되돌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몸에 통증이 없었으면...’하는 마음이나 ‘전처럼 몸을 무리하게 쓸 수 있었던 상태가 되었으면...’하는 그런 단순한 마음이 아니라 건강한 몸으로 수행도 좀 더 잘하고 공덕도 많이 짓고 싶은 그런 상태에 대한 욕망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포기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그런 욕망이 있어서 괴롭다는 것을 보게 되자 '수행 자체를 안 할 수는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고, 차분히 생각을 하면서 제가 포기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렸습니다. 과거 그 건강한 몸으로 걱정 없이 할 수 있었던 것들을 떠올리며 이제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렸습니다. 앞으로는 이루기 힘들거나 안 될 수도 있는 것은 안 될 수 있다고 겸허히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자고 마음을 먹으니 마음이 편해지고 전에 있던 화가 가라앉는, 동시에 마음이 밝아지면서 행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반조했던 내용을 다시 기억하면 번뇌가 사라지고 희망이 생깁니다

'아!... 이렇게 가면 되겠구나'하는 일종의 희망과 같은 마음 상태였습니다. 이런 반조를 통해 오랜 시간 저를 괴롭히던 번뇌가 푹 가라앉는 경험을 하고 나서는 요즘도 그런 화나 후회가 밀려들지만 마음을 쉬고 생각을 돌이키며 그때 반조했었던 내용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면 일어났던 번뇌가 사라지고 오히려 희망적인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몸에 대한 집착을 반조하면서, 그 번뇌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번뇌에 대한 이해, 특히 집착에 대한, 욕망에 대한 이해가 많이 늘었던 것 같습니다. 

불가능한 일에 대한 욕망

전에 제가 몸에 집착하면서 다시 이전의 건강한 몸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화를 내고 후회를 하다가 이런 괴로운 상태를 해결하고 싶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자식을 잃은 여인에게 사람이 죽지 않은 집에서 겨자씨 한 알을 구해오라고 하셨던 일화가 떠올랐는데 그 일화가 떠오르자 제게 일어났던 화와 후회가 가라앉으며 마음이 편해졌던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내 건강했던 몸을, 그 여인은 떠나간 자식을 돌려달라고 어리석게 마음을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욕망의 속성이라는 것이 대상만 다를 뿐 비슷하게 나타나고, 집착이 클수록 그런 상황이 인정이 안 되고 바르게 현상을 볼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지만 욕망이라는 속성은 같다는 이해

그렇게 지내면서 다른 도반의 해결되지 않는 번뇌나 스님께 인터뷰하는 다른 분들의 인터뷰 사례를 보면서 저는 제 몸에 대해서 돌려달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화내고 후회하듯이 다른 분들은 그것이 자신의 직장, 일이 될 수도 있고 못다 이룬 꿈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의 견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생각이 미치자 선원장 스님께서 한 번씩 말씀하셨던 복잡한 현상을 단순하게, 넘치지도 모자라지 않게 설하신 부처님의 위대함 그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고 대상과 구체적인 내용은 다를 수 있겠지만 집착이라는, 욕망이라는 속성은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구나 그런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번뇌를 디딤돌로 바른기억이 자리잡았습니다

말씀드린 번뇌는 지속적으로 저를 괴롭힌 강하고 커다란 번뇌였습니다. 그만큼 그 번뇌가 가라앉고 사그라들게 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번뇌가 이해되고 가라앉는 경험을 했을 때 해방된, 편안한 느낌을 느낄 수 있었고 그 후에 같은 번뇌가 찾아와도 괴로움이 지속되는 시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그만큼 마음도 안정되어갔습니다. 번뇌를 버리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해결하려고 하면서 법에 대한 이해 또한 많이 증장되었고 번뇌가 강한 만큼 그 번뇌를 버린 기억도 강하고 쉽게 잊혀 지지 않게 남았습니다.  그로 인해 자리 잡은 바른기억이 선명하게 자리 잡았다고 느꼈습니다. 

무상을 이해하며 겸손해졌습니다

이런 사건이 있음으로써 제가 제 몸에 대해 얼마나 의지하고, 집착하고, 그것을 행복이라고 여기는지 알게 되었고, 건강한 몸으로 인해서 얻은 능력으로 자만하고 살아오던 저를 반성하고 되돌아보며 ‘정말 무상하고 내 것이 아니구나.’, ‘그동안 그것이 내 것인 줄 알고 그렇지 않은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만하고 살아왔구나.’라고 느끼며 전보다 조건에 대해서 이해하고 그만큼 타인을 조금 더 이해하려 노력하고 조금 더 겸손해질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힘들 때에 법의 동아줄을 놓지 않기를

이렇게 수행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저에 대한 자애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고통스럽지 않기를, 그리고 제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전에 들었던 법문에서 '해로운 마음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라는 그 말이 저를 그 힘든 상황에서 젖어있게만 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상황이 좋지 못하다고, 우울하다고, 더 이상 나는 해내지 못할 것 같다고 느껴져도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수행을 할 수 있을지 몰라, 그리고 더 나빠져서 이렇게 바른 법을 다시는 못 만날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이상 나라는 존재가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안될 것 같지만 어떻게든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노력하게 된 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셔서 마음이 힘들어지거나 어려워지실 때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의 동아줄을 놓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통받는 모든 존재가 괴로움에서 벗어나서 편안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