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곧장 갈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상황이 미로처럼 꼬일 때가 있습니다. 때론 자신이 가진 신념이나 견해 때문에, 혹은 너무 쉬워 보여서 오히려 길고 복잡한 모험을 선호하기도 하고,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잘 몰라서 빙빙 돌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건 어리석음을 바탕으로 화가 났거나, 무언가 갈망하는 마음이 강해지면 직선의 길이 있음에도 스스로를 미로 속에 빠트리곤 합니다. 세간에서는 먼 길을 돌아올수록 얻어지는 교훈이 크다고 하지만 긴긴 윤회의 결과가 지금의 '나'인 것을 생각해 보면 머나먼 길을 돌아서 간다는 것은 방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출세간의 길에서도 필요 이상의 것을 탐구하려는 마음이 수행자들을 미로 속으로 빠트리곤 합니다. 수행하는 데 필요한 개념을 정립해야 하지만 개념을 정립하는 것에 지나치게 의욕적이다 보면 관념적인 세상에 갇히기도 하고, 수행하면서 경험하는 현상에 대한 집착과 자만이 생겨 정작 자신의 마음은 돌아보지 않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곧장 가는 길, 법에 대한 이해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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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수행처에서 지낼때의 이야기 입니다. 그곳에서는 영어로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저는 그 시간이 참 부담스러웠습니다. 머릿속에서 정리된 내용을 영어로 말하다 보면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기도 하고 표현하고 싶은 적절한 영어단어를 모르면 아예 말을 못 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서구권의 수행자들이 유창하게 영어로 인터뷰를 하는 것에 비해 영어를 잘 못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 마음이 위축되다 보니 한 주에 한 번 통역사가 올 때만을 기다렸다가 인터뷰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지도해 주시던 스님이 그런 사실을 알고는 그 정도 영어 실력이면 인터뷰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나오라는 말에 용기를 내서 꾸준히 인터뷰에 참석했던 기억이 납니다. 좋지 않은 영어 실력으로 효율적인 인터뷰를 위해서 그때부터는 내가 얼마나 수행을 잘하고 있는지 유려하게 표현하려고 애쓰기보다 거칠고 직관적인 단어를 사용해서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것이 수행의 첫 번째 전환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행을 작위적이고, 사대(四大) 요소를 관찰하면서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는데 빠져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등한시하고 있다가 언어의 장벽에 막혀 수행을 통해 이상화한 체험을 표현하지 못하게 되자 일상에서 다른 수행자를 미워하는 마음이나 환경이 잘 갖추어진 한국의 절로 돌아가고 싶어서 고요한 수행처에 있어도 마음은 고요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 돌아보게 된 것이지요.

그러나 어느 정도 솔직한 마음을 보려고 하는 수행의 전환이 있었음에도 사대가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자세히 관찰하고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고, 전혀 문제라고 인지하지 못한 것은 수다원(須陀洹)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수다원이 되어 한국에 돌아와 편안한 마음으로 남은 생을 보내고 싶었는데 마치 돈을 한꺼번에 많이 벌고 일찍 은퇴해서 편하게 살고 싶은 세속적인 마음을 수행에 적용하다 보니 성자의 단계에 대해 지식적으로 접근하면서 마음속의 갈애나 성냄을 버리기보다는 수다원이 되면서 벗어나게 되는 세 가지 족쇄인 계금취견(戒禁取見), 유신견(有身見), 의심(疑心)이 나에게 있는지 없는지 살피곤 했습니다. 그렇게 이론적으로 접근해서 개념화하고, 개념화한 것을 실체화해서 나에게 적용하려고 애를 썼으니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그나마 관찰한 솔직한 마음들과, 마음속 번뇌를 법으로 통찰하는 과정은 원점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