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서 어느 순간부터는 불선법이 괴로움을 주는 상황이 명백히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일하는 도중 유쾌한 농담들을 던지면서 생긴 들뜸이 수행시간에 해태혼침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든지, 강하게 집착하는 대상을 방치했을 때 생긴 탐욕이 의사결정에 있어 혼란을 준다든지 하는 문제들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견해들은 나를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기만 하고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정신적 불건강을 기반으로 한 견해는 변화되기 마련인 세상에서 괴로움을 초래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여름날 나뭇잎이 아무리 많이 자라도 가을이 오면 단풍으로 떨어지듯, 바뀌기 마련이고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소속감이나 개인, 사물 등 바깥 대상은 바뀌기 마련이라고 되뇌곤 했습니다. 그 대상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도 지금은 좋아도 언젠가는 식을 것이고 다른 좋은 게 나타나면 집착하는 대상이 또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떤 선택이 나를 괴롭지 않게 할 것인가' 생각해 봤습니다.

물론 한번 반조한 것으로 앞으로의 모든 선택이 선법을 향하지는 않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개인적인 번뇌에 있어서 더 객관적이고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개인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스승과 도반을 의지해서 솔직하게 털어놓고 불선법으로 더 많이 가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거북이가 자신의 등딱지에 사지를 집어넣듯이

비구는 마음에 일어난 사유를 안으로 거두어들여

다른 것에 의지하지 않고* 남을 해코지 않으며

완전한 평화를 얻어 아무도 비난해서는 안되리

*다른 것에 의지하지 않고 : 갈애와 사견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